WELLNESS STAY
"아무것도 없는데요?" 내비게이션에 목적지를 입력 한 택시 기사는 의아하다는 듯 묻는다. 서귀포 동쪽의 표선면, 그나마 해안 쪽에 위치한 표선리도 아니고 중 산간의 가시리로 가자고 했다. 봄이면 벚꽃과 유채꽃 이 함께 피는 녹산로가 드라이브 코스로 유명하지만 도로 외엔 별다른 시설이 없는데다 차창밖으로 바다가 모습을 드러내는 일도 없다. 누런 갈대밭과 듬성듬성 자리한 아담한 오름 몇 개,돌담 위로 흘끗 보이는 지붕이 제주임을 알려줄 뿐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나 타난 한적한 마을. 도로 한복판에 택시가 선다. 페인트칠이 바랜 흰색의 단층집, 건너편의 돌집 이제 막 봉오리가 맺힌 커다란 동백나무 뒤에 숨은 아담한 돌창고 하나. 곧게 솟은 삼나무 사이로 햇살이 새어나오는 마당을 건물 3채가 빙두르고 있다. 브리드 인 제주의 겉모습은 경운기가 서있는 인근 농가와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그 안쪽을 들여다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설계부터 조경, 조명, 가구 등 스타일링 단계까지 각각의 디자이너가 작업한 결과물이에 요와 이불, 슬리퍼 한 짝까지도 일관된 콘셉트 안에서 디자인을 진행했죠."
커피잔을 쥔 채 최수란 씨가 설명한다. 그녀는 ‘브리드 인 제주’의 호스트이자 10여 년간 요가를 수련한 요가 강사다.
총 3채의 가옥 중 숙소에 해당하는 우드하우스는 주방과 턱을 높인 좌식거실을 가운데 두고 2개의 침실이 마주보는 형태. 은은한 간접조명과 곡선으로 마감한 실내는 부드러운 빛으로 가득하다. 핸드드립 커피도구와 갓볶은 신선한 원두,포근한 침구 옆에 놓인 책 몇 권처럼 인테리어는 미니멀하면서도 세심하다. 하이라이트는 단연 제주 돌집을 활용한 스톤하우스다.
울퉁불퉁한 돌벽부터 쇠 본연의 색을 살린 철재 문, 바닥 주변에 깔린 화산송이까지. 제주의 생태를 그대로 옮긴 듯한 공간 속에서 매일 아침 투숙객을 위한 요가 클래스를 진행한다.
“새벽에 일어나 피곤하다가도 요가를 하면서 창을 통해 해가 뜨는 모습을 바라볼 때 다들 너무 좋다고 말해요. 날이 따뜻해지면 폴딩 도어를 활짝 열고, 잔디 밭에서 수업을 진행해도 좋을 것 같아요."
요가로 아침을 시작하면 어떤 기분일까? 그것도 삼나무 숲의 피톤치드 가득한 제주 가시리에서. "제주는 우리나라 요가 수련생 사이에서 성지와 같은 곳이에요.
저는 인도 정통 요가 중에서도 하타(Hatha) 요가를 수련했어요. 우리나라 하타 요가의 일인자 한주훈 선생님의 요가 수련원이 이 곳 제주에 있지요. 한번 같이 가보실래 요?" 최수란 대표의 제안에 귀가 솔깃해진다.
‘브리드 인 제주’를 찾은 여행자 중에는 이곳에서 요가를 처음 접한 뒤, 본격적으로 요가를 시작하는 이가 많다고. 여행의 경험이 삶에 깊숙이 들어오는 순간. 이것이 ‘브리드 인 제주’에서 휴식하고 싶은 이유다.
브리드 인. 제주, 숲속의 요가 스테이
이런 여정이 익숙한 여행자라면 대개 두 부류일 것이다. 남들이 다가는 곳은 일단 피하고 보는 '청개구리형'이거나 번잡한 일상에서 탈출하 듯 떠나온 '휴식형'.
가시리의 ‘브리드 인 제주’를 찾은 이라면 후자일 확률이 높다. 크리에이터 그룹 지랩(Z-Lab)에서 최근 제주식 구옥과 귤창고를 개조해 오픈한 이 곳은 제주 최초의 요가스테이다. 고요한 제주 숲속의 요가 클래스라니, 몸과 마음에 휴식이 필요한 여행자에게 이보다 좋은 소식이 또 있을까?
4~6인 주중 35만 원부터, 제주도 서귀포시 표선면 가시로 429, breatheinjeju.com
"새벽에 일어나 피곤하다가도 요가를 하면서 창 제주의 자연 속에 파묻혀 있는 듯 한 ‘브리드 인 제주’. 마을의 생활을 존중하고, 여행자에게 현지에서 사는 것 같은 경험을 선사하기 위해 1팀이 3개 공간을 모두 사용하는 독채 스테이로 운영한다.
STAYING TIP
매일 아침 7시 스톤하우스에서 투숙객을 위한 요가 클래스를 진행한다. 요가 매트는 갖추고 있으니 편안한 복장은 따로 준비하자. 스톤하우스에는 다도를 즐길 수 있는 좌식 탁자와 차기, 보이차가 구비돼 있다. 돌 창고를 개조한 워터하우스에서 프라이빗한 노천욕을 즐기자.
- 글 김수지 -
- 사진 이병근 -